= 물이 안 나온다고? - 응. 워터펌프 부품이 고장났대. 새로 오려면 일주일은 있어야 한다고. 막 자전거를 타고 돌아온 레오는 루카스가 건네준 콜라 한병을 단숨에 마시고는 수건으로 얼굴과 목덜미의 땀을 닦아냈다. 오늘도 바나나를 팔러온 아이들에게서 또 바나나를 두 송이나 사버린 루카스가 거의 의무적으로 바나나 하나를 뜯어 껍질을 벗겨냈다. 열어둔 현관문으...
혹시 왕에게서 전화가 올까 싶어 벨소리로 바꿔둔 휴대폰이 음악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했다. 자리를 비운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보고 싶어지는 건지. 요즘 들어 조금 수다스러워지고 말하는 속도도 빨라진 왕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려 기분 좋게 내려다 본 휴대폰에는 기대하던 왕의 이름이 아닌 불청객의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통화 중일때...
[걱정하지 마. 어머니께는 내가 설명드릴테니까. 너한테까지 피해가지 않도록 할께. 오늘 그렇게 돼서 미안했어.] 미안하다는 메세지를 써놓고도 보내지 못한채 한참을 멍하니 누워있었다. 그렇게나 다시 보고 싶었던 얼굴이었는데, 우리의 만남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현관문 앞에 선 왕의 앞에 어떠한 경고도 없이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마도 왕이 가장 보고 싶지 않았...
새벽에 눈을 떴을 때 나는 혼자 침대에 누워있었다. 곁에서 느껴져야 할 체온이 느껴지지 않아 옆을 돌아보아도 옆자리가 빈 침대 위에 나 혼자 누워있었다. 위원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런 온기도 남아있지 않아서 나는 그를 찾으러 일어나고 싶었는데, 몸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내 의지대로 손끝조차 움직일 수가 없어서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침대 아래로 가...
생각보다 회의가 길어졌다. 해외 담당자들과의 시차를 고려해 저녁 늦게 시작한 회의는 10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될 수 있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왕에게서의 연락이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회의가 막 시작되었던 7시쯤 도착했다는 메세지 이후로 아무런 연락이 남아있지 않았다. 왠지 모를 초조함에 휴대폰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나는 의자에 기대고 눈...
짐을 가지러 사람을 보내겠다던 왕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나는 커다란 상자에 왕이 가져가고 싶어할 만한, 아니, 왕이 꼭 가지고 있었으면 좋을 것 같은 물건들을 담아보기 시작했다. 벽에 걸려있던 액자를 떼어냈다. 언젠가 왕이 취미로 그림을 배우는 곳에서 만들어 왔던 작은 액자였다. 바다를 그리고, 그 위에 조약돌이나 조개껍질, 모래 따위를 붙여...
"오해에요." 차에 타서 안전벨트를 매고, 위원이 운전석에 앉자마자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뭔가가 속에서 조금씩 부풀어올라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당장 말해주지 않으면 안돼, 나는 위원의 오해가 더 커질 것 같은 두려움을 안고 위원을 쳐다보았다. 어느새 힘이 풀린 눈매와 나를 보며 웃는 얼굴을 보자 안심이 됐다. 정말, 오해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내 쪽...
"가도...돼요?" 며칠을 안절부절하던 왕은 아침을 먹고 나서야 어렵게 내게 이야기를 꺼냈다. 등 뒤에서 나를 끌어안고, 잡은 손을 끊임없이 꼼지락대던 왕은 친구들과의 약속을, 그리고 그 사람도 함께 있을 거라는 말을 힘들게 꺼냈다. 나는 몸을 돌려 잔뜩 긴장한 하얀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왕은 내게 말하는게 어려워서 힘들었을까, 아니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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